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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타임즈 특별인터뷰 (2025.06.22) – 전 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직무대행 손정훈 목사
“자리를 지키는 믿음, 이제는 비우는 믿음으로”
2024년, 지구촌교회는 예상치 못한 혼란의 시간을 맞이했다. 교회는 전환의 길목에 서 있었고, 성도들은 깊은 질문과 기도의 시간 속에 놓여 있었다. 그 중심에서 손정훈 목사는 ‘담임목사 직무대행’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았다. 그리고 10개월 뒤, 새 담임목사 청빙까지 평안히 마무리된 지금, 그는 자신의 역할을 조용히 내려놓고 사임을 선택했다.
그의 말처럼, 목회는 자리를 지키는 것인 동시에, 때로는 비워내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손정훈 목사의 인생 여정, 신앙의 고백, 목회자로서의 소명과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담긴 시간들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그저 따라갔던 수련회,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목사가 되어야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친구 따라 갔던 캠퍼스 선교단체의 수련회였어요. 기대도 없었고, 마음도 비워져 있었는데… 거기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만남은 그의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이전까지 삶은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사춘기 시절 3년에 걸쳐 매년 반복된 가족의 죽음은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죽음의 공포’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병환과 죽음, 동생의 갑작스러운 사고사… 삶은 늘 불안했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처럼 옆에 있었다.
“예수님을 만났다는 건, 하나의 종교를 선택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은 거예요. 제 안에 처음으로 자유가 들어왔고, 삶이 끝나도 끝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던 소년이, 생명을 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캠퍼스 간사로 헌신했고, 6년간 말씀을 전하며 제자를 세우는 사역 속에서 ‘목회’라는 부르심을 더 선명히 확인하게 되었다.
“목회는 삶 전체로 하나님께 반응하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하나님은 단번에 어떤 자리를 맡기시기 보다, 삶의 여러 고비와 사역들을 통해 조금씩 훈련받게 하셨습니다. 결국 그 모든 여정이 지금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목회는, 삶 전체로 하나님께 반응하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간사 시절엔 사람을 세우는 기쁨을 배웠고, 이후 여러 교회에서 다양한 세대를 섬기며 균형잡힌 목회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2016년, 지구촌교회 부목사로 부름받은 그는 지구(교구) 목사, 비서실장, 사역조정실장, 담임목사 직무대행의 역할까지 감당하며 말씀과 조직, 공동체를 아우르고 이끄는 통합적 사역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은 그의 사역 여정 가운데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시간이었다. 교회가 혼란의 시기를 지나던 시기,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끝까지 지켜야 할지를 놓고 도의적 책임감 속에서 깊은 내면의 싸움과 마주해야 했다.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그러나 그 자리를 피하기보다, 하나님 앞에서 끝까지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큰 순종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말 그대로 무거움과 고독의 연속이었다. 설명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묵묵히 교회를 품었다.
“누군가는 오해와 상처를 감내하며, 말보다 침묵으로, 설명보다 기도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교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 하나님은 가장 깊이 계셨습니다.”
가정에서도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해왔다. 첫째 아이는 심한 아토피 증상으로 고통받았고, 외출 한 번조차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예배 후 한 성도가 건넨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은혜로 낫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였고, 결국 아이는 회복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청소년이 된 그 아이에게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뇌전증 증상으로 쓰러짐이 반복되었고, 가족 모두는 깊은 두려움 속에 놓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기도로 버텼고, 현재 아이는 대학 4학년이 되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 하나님은 가장 깊이 계셨습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고통이든 기다림이든, 회복이든 그런 시간들이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때 그 모든 여정이 영성을 형성하는 깊은 밑거름이 된다는 걸요.”
“목회자는 이끌기 보다 함께 걸어가는 자입니다.”
목회를 감당하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이동원 원로목사와 진재혁 목사였다. 이동원 목사에게선 말씀과 선교에 대한 열정을, 진재혁 목사에겐 관계를 품는 섬세함과 인격을 배웠다.
“그분들을 통해 ‘목회는 삶과 말씀이 일치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한 교회를 품는 사명의 무게,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태도와 인내를 직접 보았습니다.”
그는 지금도 목회자란 ‘이끄는 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자’라고 말한다. 빠른 해결보다 신중한 기다림이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세운다고 믿는다. 소통은 명령이 아니라 귀 기울이는 일이며, 교회는 주님의 몸이기에 차별없이 ‘한 사람,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세워가는 복음의 공동체입니다.”
위기를 지나며 오히려 공동체의 건강함을 체감했다는 그는, “지구촌교회는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세워가는 복음의 공동체입니다. 그런 공동체 안에서 이토록 성숙한 성도들을 만난 것이야말로 제게는 가장 큰 축복”이라 고백했다.
새롭게 부임한 김우준 담임목사에 대해서도 그는 확신에 찬 기대를 드러냈다.
“김 목사님은 말씀과 인격, 공동체를 품는 따뜻한 리더십까지 이미 충분히 검증된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시기에 지구촌교회에 꼭 맞는 너무 귀한 목회자를 보내주셨다고 믿습니다.”
그 자신은 현재 목회학 박사과정(D.Min.)에 재학 중이며,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사역보다 지금은 가정과 내면의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음 사역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안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과 미래의 목회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목회는 결국, 하나님께 순종하며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머물러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비워야 할 때도 있죠. 중요한 건, 그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시간 안에 있다는 걸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목회자는 결국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지구촌교회를 섬기며 저는 그 사실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깨달음만으로도 제겐 과분한 은혜였습니다.”
손정훈 목사는
경북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현재는 미드웨스턴 침례신학교(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Min.) 과정을 밟고 있다. IVF 간사(1999~2005) 시절부터 대구명일교회, 서울정원교회를 거쳐 2016년부터 지구촌교회에서 사역해왔으며, 최근까지 담임목사 직무대행으로 공동체를 섬겼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용인 수지에 거주 중이다.
-크리스찬 타임즈 한국 특파원-